[시론] 갈 길 먼 화석에너지와의 이별

입력 2024-04-10 20:39   수정 2024-04-11 00:16

작년 말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최된 제28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8)의 최대 쟁점은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화석에너지 감축이었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2년 전 열린 COP26에서 석탄의 단계적 퇴출을 논의한 적은 있으나, 석탄뿐만 아니라 석유·천연가스를 포함한 화석에너지 전체의 퇴출을 최초로 공식 논의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있다.

하지만 세계는 여전히 에너지 소비의 약 85%를 화석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다. 그 정도로 현대 문명은 화석에너지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뚜렷한 대안 없이 무작정 화석에너지 퇴출만을 추진하면, 자칫 경제 더 나아가 문명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인류가 그나마 활용할 수 있는 탈(脫)화석에너지 방안으로는 태양광, 풍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수소에너지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방안 모두 여전히 마뜩잖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을, 원자력은 경직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수소는 경제성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탈화석에너지에 나서기 쉽지 않은 이유다. 실제로 몇몇 선진국을 중심으로 탈화석에너지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나, 2000년부터 2021년까지 화석에너지 비중을 0.2%포인트 줄이는 데 그쳤다. 매년 수만 명의 각국 대표가 모여 요란을 떤 결과로는 너무 초라하다.

기후변화는 현재 진행형이지만 구체적인 피해는 미래에 발생한다.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비용은 현세대가 감당해야 하지만, 편익은 미래세대가 누리게 된다는 말이다. 문제는 미래세대를 위해 당장의 탈문명을 용납할 현세대의 관대함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더욱이 아직 탄소 문명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수많은 저개발 국가에 탈문명을 강요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윤리적이지도 않다. 저개발국 입장에서 경제성장의 ‘사다리 걷어차기’가 될 수 있는 탈화석에너지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다.

석탄을 비롯한 화석에너지 퇴출은 몇몇 선진국에서 가능할지 몰라도 개발도상국에서는 언감생심이다. 세계 인구 중 약 3억 명은 아직 전기 구경도 못 하고 있고, 30억 명가량은 여전히 숯, 석탄, 동물 배설물에 의지하고 있다. 대표적 저개발국인 인도의 1인당 전기 소비는 세계 평균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이들에게 화석에너지는 생존과 직결돼 있다. “인도는 당분간 석탄 없이 생존할 수 없습니다. 배고파 죽을 지경인데, 유기농 식품만 고집하며 굶어 죽어야 합니까 아니면 유전자 변형 식품이라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나요?”라고 되묻는 인도 에너지 관료의 질문에 마땅한 답을 찾기 어렵다.

몇몇 선진국의 화석에너지 퇴출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개도국 협력 없는 선진국만의 탄소중립은 장작불 위 가마솥에 찬물 한 바가지 끼얹는 꼴이다. 장작을 빼내지 않으면 머지않아 가마솥은 다시 끓어오른다. 당분간 많은 개도국은 장작을 뺄 의도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장작을 뺄 궁리도 계속해야 하겠지만, 장작불에 견딜 수 있는 좀 더 견고한 가마솥 교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를 사기라고까지 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탄소중립의 앞날에는 너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많다. 탄소중립과 함께 기후변화에 능히 적응할 수 있는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총선에 각 정당은 탄소중립만을 최우선시하는 환경운동가 영입에만 골몰했다. 탄소중립 실패에도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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